그림 그리기 - 마종기

김춘화
202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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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기를 시작했다.

겨울같이 단순해지기로 했다.

창밖의 나무는 잠들고

形象의 눈은

헤매는 자의 뼈 속에 쌓인다.


항아리를 그리기 시작했다.

빈 들판같이 살기로 했다.

남아 있던 것은 모두 썩어서

목마른 자의 술이 되게 하고

자라지 않는 사랑의 풀을 위해

어둡고 긴 내면의 길을 

핥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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