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전상서2 - 고정희

김춘화
2020-05-25
조회수 574

요즘은 정 두터운  사람과 만나도

말문트기 바쁘게 아픔이 먼저 온다

마주보기 무섭게 슬픔이 먼저 온다

호의보다 편견이 앞서 가리고

여유보다 주검이 먼저 보인다

스스로 짓눌려 돌아올 때면

친구여

서너달 푹 아프고 싶구나

그대도 나도 불온한 땅의

불온한 환자임을 자처하는 요즘은

통화가 끝나기 전 결론을 내리고

마주치기 앞서서 셔터를 내린다

좋은 물건일수록

의심을 많이 한다

서너달 푹 아프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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