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 정여민

김춘화
2021-05-15
조회수 263


내 마음을 통과하지도 않은 

비가 양철 지붕을 두드리고

후두두둑 바쁜 소리가

요란하게 지붕에 달렸다


나무가 나뭇잎을 쓰다듬을 시간도 없이

꽃잎이 이슬을 먹을 사이도 없이

둘이 아파할 틈도 없이

서둘러 후두두둑 내렸다


바쁘게 서둘러 오느라

보아야 할 것을

안아줘야 할 것을

비는 잊어버리고 떠났다


다음에 올 때는 

좀 더 천천히 와서

세상을 더 많이 구경하고

세상을 더 많이 안아 주고 가렴


현관이 젖은 신발이 햇살에 달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