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푸레나무 같은 사람 - 양성우

김춘화
2021-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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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여전히 그를 잊지 않았다.

그 가슴 깨끗하고 따뜻한 사람.

칠흑의 긴 어둠 속에서도 빛으로 넘치고,

살얼음 위에서도 붉은 뜻 하나로 꼿꼿한 이.

칼의 때가 지나가고 도둑의 때가

오는 것을 미리 알았는가.

문득 회오리 흑먼지 바람이 불기도 전에

올 때처럼 총총히 떠나간 사람.

오늘도 이곳에 살아남은 사람들 너나없이

입 다물고

혹은 거짓에 편들고 몸을 사릴 때,

무척 재빠르고 낯 두꺼운 사람들 앞다투어

눈웃음치며 어디론가 몰려간 뒤에도,

깊이 파여 갈라진 땅

주름살진 못 가진 이들로 인하여 눈물짓던

그를 나는 아직도 잊지 않았다.

한여름날 참 맑은 물가에 구부정히 서 있는

넓은 잎 키 큰 물푸레나무 같은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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