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오는 날 시를 읽고 있으면 - 이생진

김춘화
2022-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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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는다는 건 아주 좋은 일이다 

짧아서 좋기도 하다 

그 즉시 맛이 나서 좋다 

'나도 그런 생각하고 있었어' 

라고 동정할 수 있어서도 좋다 

허망해도 좋고 

쓸쓸하고 외롭고 춥고 

배고파도 

그 사람도 배고플 거라는 생각이 나서 좋다 

눈오는 날 시를 읽고 있으면 

누가 찾아올 것 같아서 좋다 

시는 가난해서도 좋다 

시 쓰는 사람은 마음이 따뜻해서 좋다 

그 사람과 헤어진 뒤에도 

시 속에 그 사람이 남아 있어서 좋다 

시는 짧아서 좋다 

배고파도 읽고 싶어서 좋다 

시 속에서 만나자는 약속 

시는 외로운 사람과의 약속 같아서 좋다 

시를 읽어도 슬프고 외롭고 

춥고 배고프고 

그렇지만 시를 읽고 있으면 

슬픔도 외로움도 다 숨어버려 좋다 

눈오는 날 시를 읽고 있으면 

눈에 파묻힌 집에서 사는 것 같아서 좋다 

시는 세월처럼 짧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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