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기도 2 - 마종기

김춘화
2022-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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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겨울에도 채워주소서. 

며칠째 눈 오는 소리로 마음을 채워 

손 내밀면 멀리 있는 약속도 느끼게 하시고 

무너지고 일어서는 소리도 듣게 하소서. 

떠난 자들도 당신의 무릎에 기대어 

포근하게 긴 잠을 자게 하소서. 

왜 깨어 있지 않았느냐고 꾸짖지 마시고 

당신에게 교만한 자도 살피소서. 

어리석게 실속만 차리는 꿈속에서도 

당신의 아픔은 당하지 않게 하소서. 

겨울의 하느님은 참 편안하구나. 


내가 눈물을 닦으면 

당신은 웃고 있다. 

당신은 언제까지나 

슬픔 속의 노래다. 

노래 속의 기쁨이다. 

벌판에서 혼자 떨던 나무도 

저 멀리 다음해까지 

옷 벗어던지고 혼절해버렸구나. 

내가 아는 하느님은 편안하구나. 





마종기 시집 <그 나라 하늘빛> 문학과지성사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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