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 연습 - 나태주

김춘화
2022-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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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 아무 것도 심지 않기로 했다 

텃밭에 나가 땀 흘려 수고하는 대신 

낮잠이나 자 두기로 하고 

흰 구름이나 보고 새소리나 듣기로 했다


내가 텃밭을 돌보지 않는 사이 

이런 저런 풀들이 찾아와 살았다 

각시풀, 쇠비름, 참비름, 강아지풀, 

더러는 채송화 꽃 두어 송이 

잡풀들 사이에 끼어 얼굴을 내밀었다 

흥, 꽃들이 오히려 잡풀들 사이에 끼어 

잡풀 행세를 하러드는군


어느 날 보니 텃밭에 

통통통 뛰어노는 놈들이 있었다 

메뚜기였다 연초록 빛 

방아깨비, 콩메뚜기, 풀무치 어린 새끼들도 보였다 

하, 이 녀석들은 어디서부터 찾아온 진객(珍客)들일까


내가 텃밭을 돌보지 않는 사이 

하늘의 식솔들이 내려와 

내 대신 이들을 돌보아 주신 모양이다 

해와 달과 별들이 번갈아 이들을 받들어 

가꾸어 주신 모양이다


아예 나는 텃밭을 하늘의 

식솔들에게 빌려주기로 했다 

그 대신 가끔 가야금이든 

바이올린이든 함께 듣기로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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