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이별을 알아서 - 문태준

김춘화
2022-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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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가지꽃 꽃그늘이 하나 엷게 생겨난 줄로만 알았지요

그때 나는 보라색 가지꽃을 보고 있었지요

당신은 내게 무슨 말을 했으나

새의 울임이 나뭇가지 위에서 사금파리 조각처럼 반짝이는 것만을 보았지요

당신은 내 등뒤를 지나서 갔으나

당신의 발자국이 바닥을 지그시 누르는 것만을 느꼈었지요

그때 나는 참깨꽃 져내린 하얀 자리를 굽어보고 있었지요

이제 겨우 이별을 알아서

그때 내 앉았던 그곳이 당신과의 갈림길이었음을 알게 되었지요




문태준 시집 <먼 곳>창비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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