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열차 - 송찬호

김춘화
2024-09-20
조회수 55


지금 여수 오동도는

동백이 만발하는 계절

동백열차를 타고 꽃구경 가요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거짓말인 삼월의 신부와 함께


오동도 그 푸른

동백섬을 사람들은

여수항의 눈동자라 일컫지요

우리 손을 잡고 그 푸른 눈동자 속으로 걸어 들어가요


그리고 그 눈부신 꽃그늘 아래서 우리 사랑을 맹세해요

만약 그 사랑이 허튼 맹세라면 사자처럼 용맹한

동백들이 우리의 달콤한 언약을 모두 잡아먹을 거예요

말의 주춧돌을 반듯하게 놓아요 풀무질과 길쌈을 다시 배워요


저 길길이 날뛰던 무쇠 덩어리도 오늘만큼은

화사하게 동백열차로 새로 단장됐답니다

삶이 비록 부스러지기 쉬운 꿈일지라도

우리 그 환한 백일몽 너머 달려가 봐요 잠시 눈 붙였다

깨어나면 어느덧 먼 남쪽 바다 초승달 항구에 닿을 거예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