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임에 관하여 - 박상천

김춘화
202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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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잎새를 매단 나뭇가지가

쏟아지는 비에 온몸을 내맡긴 채 출렁이고 있다

잎새 몇 개가 바람에 팔랑이는 게 아니라

몸전체가 출렁이고 있다

내 삶을 그렇게 출렁이게 한 이가 있었다

그저 몇 개의 잎새를 팔랑이게 한 게 아니라

혁명처럼 내 삶을 뒤집어 놓았던 그대.

하지만 실패한 혁명에 대한 처벌처럼

난 이제 누구도 사랑할 수 없으리라


비에 젖은 7월의 푸른 나무가

참으로 비장하게 출렁이고 있다.

몸 전체가 출렁이는 나무를 바라보며

자꾸 내 어깨가 출렁여진다.


사랑한다.






박상천 시집 <5679는 나를 불안케한다> 문학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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