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여자 - 최정례

김춘화
2025-04-27
조회수 449


한때 아기였기 때문에 그녀는 늙었다

한때 종달새였고 풀잎이었기에

그녀는 이가 빠졌다

한때 연애를 하고

배꽃처럼 웃었기 때문에

더듬거리는

늙은 여자가 되었다

무너지는 지팡이가 되어

손을 덜덜 떨기 때문에

그녀는 한때 소녀였다

채송화처럼 종달새처럼

속삭였었다

쭈그렁바가지

몇가닥 남은 허연 머리카락은

그래서 잊지 못한다

거기 놓였던 빨강 모자를

늑대를

뱃속에 쑤셔 넣은 돌멩이들을

그녀는 지독하게 목이 마르다

우물 바닥에 한없이 가라앉는다

일어설 수가 없다

한때 배꽃이었고 종달새였다가 풀잎이었기에

그녀는 이제 늙은 여자다

징그러운

추악하기에 아름다운

늙은 주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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