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는 - 안희연

김춘화
2024-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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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을 가누지 못하는 아이가 있다


밤이 되어도 불이 켜지지 않는 집

아이는 자지러지게 울지만

누구도 아이 울음소리를 들어본 적 없다


집은 비탈 아래 있다

마차에서 떨어져 나온 바퀴가 구르고 구르다

거기 쓰러져 멈추었을 때

집은 더 이상 발을 내디딜 곳 없어

주저앉은 자의 얼굴을 하고 있다


산지기는 자주 비탈 위에 서서 지나간 시간을 생각한다

그는 마차를 타고 숲을 달리는 꿈을 자주 꾸는데

낙석으로 길이 끊기는 장면에서 늘 깨어난다

그는 그 꿈의 의미를 알고 싶어하지만

비탈 아래 무엇이 있는지는 보지 않는다


거기 누구 없어요?

산지기는 오래전 이 산에서 길을 잃었다

위에서 긴 나뭇가지가 내려왔는데

끝없이 오르고 오른 기억밖에는 없는데

굴렁쇠처럼 시간을 굴리며 노는 천사들이 있고

패를 뒤섞는 장난이 있고


이 모든 풍경을 메마름이라고 발음하는 입술이 있다

울다 잠든 밤이 많은 사람

그는 매일 횃불 묶은 마차를 산속으로 출발시킨다

산의 영혼이 그들을 집까지 인도해주기를 기도하면서

그러나 시간은 도착을 모른다

굴렁쇠를 버리고 집으로 돌아가버린 천사들


모두가 쓰지 않고도 쓰고 있다

온통 검은 페이지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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