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으로부터 - 함순례

김춘화
202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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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잎을 떨군다

다시 피어나기 위해 제 몸을 비우는 건

소멸이 아니다


그러므로 낙엽은 구석으로 모여든다

잘 말라 아궁이 불땀을 살리거나

제대로 썩어 거름이 되기도 할 것들

서로 기대어 점차 차가워지는 계절을 예비한다


중심에 우뚝 서 있거나 목청이 큰 이보다

어느 곳이든 고요히 머물러 미래를 타전하는 이에게

눈길이 오래 머무는 것은

나도 태생이 구석이라는 거다


옥상 시멘트 틈에서 핀 민들레꽃 한 송이가

절망어린 소년을 돌려 세우듯이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에 밝아지는 좁은 골목이 있듯이


엄마 몸에서 잉태된 씨앗

우리는 한 줄기 생명줄에 매달려

뼈를 굳히고 뜨거운 심장을 키워온

구석의 신민이었다


주눅 들지 말자

맨몸으로 애처로운 나무여

우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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