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 두 장 - 김기준

김춘화
2024-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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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리디 여린 당신의 허리춤에 긴 마취 침 놓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당신의 눈을 보며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손잡아주며

괜찮아요

괜찮아요

내가 옆에 있잖아요

그 순한 눈매에 맺혀 오는 투명한 이슬방울


산고의 순간은 이토록 무섭고 외로운데

난 그저 초록빛 수술복에 갇힌 마취의사일 뿐일까?

사각사각 살을 찢는 무정한 가위소리

꼭 잡은 우리 손에 힘 더 들어가고

괜찮아요

괜찮아요

내가 옆에 있잖아요

편히 감는 눈동자 속에 언뜻 스쳐 간 엄마의 모습


몇 달 후 찾아와서 부끄러운 듯 내어놓은

황토빛 비누 두 장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 아가 먹다 남은 초유로 만든 비누예요

그때 손잡아 주시던 때

알러지로 고생한다 하셨잖아요


혼자 남은 연구실에서 한동안 말을 잊었네

기어코 통곡되어 눈물, 콧물 다 쏟았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내가 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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