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뒷모습 - 조용미

김춘화
2024-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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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 전 그림 속에 피가 고이듯 익숙한 모습이 있다 나의 지문 같은 침묵과 공간과 어둠 속의 빛을 생을 다해 읽어낸 사람


오래전 그의 고독을 내가 숨 쉬었는데


그의 시선이 나의 시선처럼 겹쳐 있는데 나는 뒷모습으로 서 있고 동시에 그 모습을 바라보는 자이고


공기의 질감을 한 올 한 올 낱낱이 감각하는, 창으로 들어오는 낮고 서늘한 빛이고


빛과 그늘이 솜처럼 뭉쳐져 있는 정적과 고요라면, 흰색과 검은색의 짙음과 옅음이라면


수없이 많은 내가 수없이 많은 곳에서 당신의 뒷모습을 어루만진 기억을 아직도 살아내고 있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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