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처럼 낯선 - 전동균

김춘화
2022-05-10
조회수 192


물고기는 왜 눈썹이 없죠? 돌들은 왜 지느러미가 없고 새들이 사라지는 하늘은 금세 어두워지는 거죠? 저토록 빠른 치타는 왜 제 몸의 얼룩무늬를 벗어나지 못하나요? 매머드라 불리던 왕들은, 맨 처음 씨앗을 뿌리던 손은 어디로 갔나요?


 꼭 지켜야 할 약속이, 무슨 좋은 일이 있어서 온 건 아니에요 우연히, 누가 부르는 듯해 찾아왔을 뿐이죠 누군지 모르지만, 그래서 잠들 때마다 거미줄이 얼굴을 뒤덮고 아침의 머리카락엔 불들이 흘러내리는 걸까요?


 한 처음,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것처럼


 그냥 웃게 해주세요 지금 구르고 있는 공은 계속 굴러가게 하고 지금 먹고 있는 라면을 맛있게 먹게 해주세요


 꽃밭의 꽃들 앞에 앉아 있게 해주세요

 꽃들이 피어 있는 동안은






 전동균 시집 <우리처럼 낯선> 창비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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