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기도문 - 정일근

김춘화
2022-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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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에는 무신이게 하소서

천고마비보다 시고시인비이게 하소서

서정성으로 둔갑하는 누이의 가을 사랑 속에서도

번번이 결별의 비수는 빛나고

안경을 벗은 안맹의 여린 내 시선으로도

반도를 움켜쥐는 바람의 손길이며

한반도의 툭툭 불거진 슬픔의 힘살들이 환히 보입니다

하여 시월 속으로 떠나간 사람들의 길을 따라

이제는 당당하게 걸어가게 하소서

시월에는 유신이게 하지 마소서

가을이 주는 넉넉한 풍요로움으로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즐거이 일하고 놀이합니다

하누님 당신은 늘 그대로 하늘에서 쉬시고

시월에는 무신이게 하소서

그리하여 시월의 공산 같은 달밤이 오면

아이들, 낙엽, 대통령, 바보, 눈물, 풀꽃 모두 모여

고운 시를 읽게 하소서

높은 더욱 낭낭히 높은 목소리로 시를 읽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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