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1 - 이성복
남들은 저를 보고 쓸쓸하다 합니다
해거름이 깔리는 저녁
미루나무숲을 따라갔기 때문이지요
남들은 저를 보고 병들었다 합니다
매연에 찌들려 저의 얼굴이
검게 탔기 때문이지요
저는 쓸쓸한 적도 병든 적도 없습니다
서둘러 그들의 도시를
지나왔을 뿐입니다
제게로 오는 것들을 막지 않으며
제게서 가는 것들을 막지 않으며
그들의 눈 속에 흐르는 눈물입니다
이성복 시집 <그 여름의 끝> 문학과지성사 2006
남들은 저를 보고 쓸쓸하다 합니다
해거름이 깔리는 저녁
미루나무숲을 따라갔기 때문이지요
남들은 저를 보고 병들었다 합니다
매연에 찌들려 저의 얼굴이
검게 탔기 때문이지요
저는 쓸쓸한 적도 병든 적도 없습니다
서둘러 그들의 도시를
지나왔을 뿐입니다
제게로 오는 것들을 막지 않으며
제게서 가는 것들을 막지 않으며
그들의 눈 속에 흐르는 눈물입니다
이성복 시집 <그 여름의 끝> 문학과지성사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