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다
거울에 비친 얼굴이 내 얼굴이라는 것을
낮에는 낮
밤에는 밤의 속도로 시간이 자란다는 것을
쇠못으로 그림자를 떼어낼 수 있다는 것을*
빛을 꺾어 땅속에 묻으면
뿌리를 내린 빛으로 땅 밑이 홚해진다는 것을
천사가 있다는 것을
천사의 손금은 깊고 복잡하다는 것을
크게 웃는 사람의 침대는 슬픔으로 푹신하다는 것을
계단은 발을 숨기고 싶어 하고
두껍고 무거운 문을 가진 사람일수록
문이 없는 척한다는 것을
그런 차가운 얼굴을
세상은 여름부터 시작되었고
꿈에서 힘껏 도망쳐 나온 방향에서 아침이 시작
된다는 것을
거짓말이 발명되던 시기에 살던 새는
아침마다 울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을
벽은 새장이 열리는 소리로 가득하다는 것을
미래를 닮은 유리창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맨발로 깨진 유리 조각을 밟고 서 있다
여러 겹의 얼굴이 겹쳐 흐를 때
믿고 있었다 오랫동안
사람이 사람을 낫게 한다는 말을
* 스티븐 킹, 『악몽과 몽상』
믿었다
거울에 비친 얼굴이 내 얼굴이라는 것을
낮에는 낮
밤에는 밤의 속도로 시간이 자란다는 것을
쇠못으로 그림자를 떼어낼 수 있다는 것을*
빛을 꺾어 땅속에 묻으면
뿌리를 내린 빛으로 땅 밑이 홚해진다는 것을
천사가 있다는 것을
천사의 손금은 깊고 복잡하다는 것을
크게 웃는 사람의 침대는 슬픔으로 푹신하다는 것을
계단은 발을 숨기고 싶어 하고
두껍고 무거운 문을 가진 사람일수록
문이 없는 척한다는 것을
그런 차가운 얼굴을
세상은 여름부터 시작되었고
꿈에서 힘껏 도망쳐 나온 방향에서 아침이 시작
된다는 것을
거짓말이 발명되던 시기에 살던 새는
아침마다 울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을
벽은 새장이 열리는 소리로 가득하다는 것을
미래를 닮은 유리창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맨발로 깨진 유리 조각을 밟고 서 있다
여러 겹의 얼굴이 겹쳐 흐를 때
믿고 있었다 오랫동안
사람이 사람을 낫게 한다는 말을
* 스티븐 킹, 『악몽과 몽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