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얼룩 - 박소란

김춘화
2024-02-25
조회수 162


셔츠에 묻은 얼룩이 닦이지 않았다

얼룩이 진 셔츠를 입고 다녔다


사람들이 쳐다봤다 은근슬쩍

더러는 대놓고

너는 더러운 셔츠를 입었구나

욕을 하고 침을 뱉은 건 아니지만,

셔츠는 더럽구나 너는

더러운 셔츠를 입은 사람 더러운 셔츠 사람 더러운


셔츠는 더러운 셔츠였으므로


가까이 오지 마시오

아무렇게나 구겨도 좋은


가까이 오지 말라니까!

돌을 던져도 좋은, 그러면 얼굴도 없는 그 돌을 주워 오래도록 만지작거리면서


셔츠는 셔츠를 입었다

더는 지울 수 없을 것 같은 얼룩을


아무렴 어때,

될 대로 되라지, 하는 말을 달고 살면서 지긋지긋해, 하는 말도


모든 게 하찮아져서

모든 게 하찮아지길 바랐다 진심으로


더러운 셔츠 사람 더러운 사람 셔츠 더러운


셔츠를 더는 입지 않아도 그만이지만


사람,


사람이 사람을 떠나도 그만이지만


얼룩은 지워지지 않았다


셔츠를 버리는 게 훨씬 쉬웠다 셔츠는

조금도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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