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 오세영

김계희
2019-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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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쏘아올린 화살은 어느 때

새를 맞춘다.

 

타버린 의식체(意識體)가 되어 언덕 너머

떨어지는 낙과(落果),

번득이는 비늘로 휩싸이는 의문들.

 

문을 밀치면 거기 놓인 십자가에

문득 와서 꽂히는 화살, 온 밤을 피가 흐르고

경험의 뜨락에 져버린 잎새들이

앙상한 그림자로 창가를 드리울 때,

 

한 마리 새가

문법의 가지를 차고 오른다.

난다. 파열하는 꽃잎 속을, 시간의

폭동 속을,

아아, 뜨거운 수소이온, 그 부력.

 

날카로운 바람을 몰고, 한 소절의 아침을 건너

햇살이 파도치는 바다에서

인력을 끊고 솟아오른 한 개의 램프.

 

드디어 타버린 육체의 아픔 위에

부리로 대낮을 깨면

내가 쏘아올린 화살은 어느 때

내 가슴에 와 꽂힌다 . 아아,

빛을 털고 일어서는 한 마리의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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