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에 대한 예의 - 복효근

김춘화
2021-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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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을 다듬는답시고

아무래도 나는 뿌리를 자르진 못하겠다

무슨 알량한 휴머니즘이냐고

누가 핀잔한대도

콩나물도 근본은 있어야지 않느냐

그 위를 향한 발돋움의 흔적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하지는 못하겠다

아무래도 나는

콩나물 대가리를 자르진 못하겠다

죄 없는 콩알들을 어둠 속에 가두고

물 먹인 죄도 죄려니와

너와 나 감당 못할

결핍과 슬픔과 욕망으로 부풀은 머리 쥐어뜯으며

캄캄하게  울어본 날들이 있잖느냐

무슨 넝마같은 낭만이냐 하겠지만

넝마에게도 예의는 차리겠다

그래, 나는 콩나물에게

해탈을 돕는 마음으로

겨우 콩나물의 모자나 벗겨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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