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위한 둔주곡 - 마종기

김춘화
2022-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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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정말 길이었을까,

가쁜 숨 쉬고 땀 흘리느라

고개 숙이고 주위를 살피느라

정작 지나온 긴 나날은

보지도 못했네. 길이었을까.


해치고 밝히며 온 발걸음은

춥기도 하고 바람도 불고

더워서 지치기도 했었지만

스쳐온 밤낮에 흩어져 있던

꽃냄새, 빗소리, 강물 빛까지

그게 온통 한 생의 속살이었네.


우리는 보석처럼 오래 걸었고

유혹은 오직 조용한 들에 피어

옷을 벗는 꽃,

이승을 떠나는 긴 미소,

엊그제 죽은 내 친구의

호흡이 요약된 그 산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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