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위한 둔주곡 - 마종기
그게 정말 길이었을까,
가쁜 숨 쉬고 땀 흘리느라
고개 숙이고 주위를 살피느라
정작 지나온 긴 나날은
보지도 못했네. 길이었을까.
해치고 밝히며 온 발걸음은
춥기도 하고 바람도 불고
더워서 지치기도 했었지만
스쳐온 밤낮에 흩어져 있던
꽃냄새, 빗소리, 강물 빛까지
그게 온통 한 생의 속살이었네.
우리는 보석처럼 오래 걸었고
유혹은 오직 조용한 들에 피어
옷을 벗는 꽃,
이승을 떠나는 긴 미소,
엊그제 죽은 내 친구의
호흡이 요약된 그 산책길.
그게 정말 길이었을까,
가쁜 숨 쉬고 땀 흘리느라
고개 숙이고 주위를 살피느라
정작 지나온 긴 나날은
보지도 못했네. 길이었을까.
해치고 밝히며 온 발걸음은
춥기도 하고 바람도 불고
더워서 지치기도 했었지만
스쳐온 밤낮에 흩어져 있던
꽃냄새, 빗소리, 강물 빛까지
그게 온통 한 생의 속살이었네.
우리는 보석처럼 오래 걸었고
유혹은 오직 조용한 들에 피어
옷을 벗는 꽃,
이승을 떠나는 긴 미소,
엊그제 죽은 내 친구의
호흡이 요약된 그 산책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