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묘비명을 쓰다 - 우대식

김춘화
202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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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랍시고 묘비명을 써달라는 친구 놈의 부탁에

 그 친구 삼촌의 죽음을 찬(贊)하다

 죽도록 고생하다 하직하심

 죽도록 자본과 투쟁하다 가심

 나쁜 습관처럼 늘 삶을 꿈꾸심

 싫으냐

 그럼 서해 바다 노을처럼

 서산 앞바다 어느메쯤 장엄하게

 가라앉으심

 문득,

 나여

 돌을 두드리고 앉은 나여

 나 언제쯤 가라앉을까

 가라앉을 수 있을까

 내, 묘비명을 쓰다

 쑥쑥 가라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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