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겨울의 눈 - 이형기

김춘화
2022-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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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겨울의 눈은

언제나 한밤중 바다에 내렸다


희부옇게 한밤중 어둠을 밝히듯

죽은 여름의 반디벌레들이 일제히

싸늘한 불빛으로 어지럽게 흩날렸다


눈송이는 바다에 녹지 않았다

녹기전에 또 다른 송이가 떨어졌다

사라짐과 나타남

나타남과 사라짐이 함께 돌아가는

무성영화 시대의 환상의 필름


덧없는 목숨을

혼신의 힘으로 확인하는 드라마

클라이맥스 밖에 없는 화면들이

관객없는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언제나 한밤중에 바다에 내린

그해 겨울의 눈

그것은 꽃보다도 화려한 낭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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