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포바다까지 - 박남준

김춘화
202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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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였나 문포라는 이정표가 눈에 띄었을 때 가지 않은 문포바다가 하나 둘 눈을 감으면 훤히 떠올랐다 작고 낡은 배 몇 척과 아이들의 코를 벌름거리게 하던 그 비린 갯내음까지


그 길을 지나가며 문포를 생각했다 포구의 모든 풍경이 내 안에서 다 그려지며 뛰어 놀았던가 문포에 갔다 동진강의 끝

문포에 갔다 문득 코를 킁킁거린다 나 벌거숭이로 내달리던 그 갯비린 내 여기가 문폽니까 문포에 가서 자꾸 문포를 되물어 본다 몇 번의 발자국으로도 마을을 다 들여다본다 내 안의 저편에도 여기 쓰러지며 누운 황폐한 삶이 지독히도 발길을 묶어놓던 날들을 떠올렸다

빈집들의 잔해 그만큼이나 가득 조개껍질 무더기며 물결에 밀려온 삶이 다한 것들을 본다 떠나가고 버려진 것들 더듬이처럼 내 안의 그늘에 들어와 나도 모르게 부르는 것들 내 발길을 끌었던 것들


문포를 떠나와 누운 밤 어린 날 그 뻘밭 자욱한 바다가 머리맡에 들어와 물질을 한다 새들의 소리에 잠을 깬다 희미한 꿈을 꾸었고 그 꿈을 잊었다 개울에 나가 세수를 한다 이렇게 살아왔구나 결국 내가 껴안고 가야 할, 아무래도 나는 눈부신 것들의 저쪽으로 오래 떠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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