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꾹거리다 - 황인숙

김춘화
2023-01-13
조회수 205


1.

아버지는 감자찌개의 돼지고기를 내 밥 위에 얹어주셨다

제발, 아버지.

나는 그것을 씹지도 못하고 꿀꺽 삼켰다. 그러면 아버지는

얼른 또 하나를 얹어주셨다. 아버지, 제발.

비계가 달린 커다란 돼지고기가 내 얼굴을 하얗게 했다.

나는 싫다는 말도 하지 못하고

아버지는 물어보지도 않고 내 밥 위에

돼지 고기를 얹어주시고.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함경도식 감자찌개 속의 돼지고기.

 


2.

무슨 일인지는 잊어버렸는데

아버지가 밥상머리에서 나를 야단치셨다.

아버지는 눈치채지 못하셨겠지만

나는 화가 났다. 화가 나서 나는

커다랗게 밥을 떠서 꿀꺽,

씹지도 않고 삼켰다.

이것까지야 참견 못 하겠지요.

나는 체해버릴 거야, 체하고야 말 거야. 그러면 그것은

아버지가 자기의 딸을

체하게 만든 거야. 암! 암!


목이 메도록 삼킨 밥.

왠일인지 그날 밤은 체해지지 않았다.

 


3.

왜 이렇게 기분이,


양치질을 하다 말고

수챗구멍을 들여다보며


치약 거품을 흘리며


이게 꿈이 아닐까


꿈이라면 깨고 싶다

간절히 원하자

깨어난다, 깨어난다

흔들흔들 깨어난다,


딸꾹!



4.

내가 삶에 체했나보다.

삶이 내게 체했나보다.


아, 되게

철철 피 흘리며

벼락이라도 맞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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