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짓거나 지으려고 하네 - 정윤천

김춘화
2023-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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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웠던 쪽의 풍경에게로 눈을 주려 하네

막다른 것을 향하여 짓거나 지으려고 한다네

행여 형리가 와서 내 창에 비친 거동을

낱낱이 살피어보다가 갔다, 라고 하여도

숨길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가리지 않으려 하네

흉금에서 기른 내 마음의 문장, 흔들리는 획으로

나는 그렇게 짓거나 지으려고 했던 행간의 한 뼘도

쉽사리 내어주거나 빼앗기지 않을 것이네


나는 가끔 뒷짐을 지고 내 작약 꽃밭의 이랑을

자갹자갹 걸어보기도 할 것이네

엽록(葉綠)을 지으려 하였던 일만 사랑이라 믿지 않겠네

차고 딱딱한 날이 닥치더라도

마지막까지 지으려 했다는 사실은

얼마나 구구절절한 구만대장경이었겠는가

꽃보다 앞서, 그보다 깊은 뿌리가 있었다는 사실로

나는 작약 꽃밭의 둘레를 내어주려고 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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