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에 대한 단상 - 정호승

김춘화
2026-08-05
조회수 114


이제는 멀리 뛰지 않기로 한다

비가 와도 빗방울보다 더

푸른 파초 잎보다 더

높이 뛰어오르지 않기로 한다


물의 바닥까지 내려가지도 않기로 한다

멀리 뛰어도 먼 곳에 다다르지 못하고

높이 뛰어도 높은 곳에 다다르지 못하고

깊이 들어가도 깊은 곳에 다다르지 못하고

한철 모내기는 끝나고


이제 무논에 잠시 살기로 한다

벼 이삭이 고개를 숙이고 익어갈 때까지

무논의 물방구와 실잠자리와 벼메뚜기와 함께

제초제를 뿌리면 제초제를

살충제를 뿌리면 살충제를

햇살에 골고루 섞어 나눠먹기로 한다


가뭄이 들어도 비가 오기를 기다리지 않겠다

태풍이 벼 포기를 쓰러뜨려도

태풍이 그치기를 기다리지도 않겠다

휘영청 보름달이 떠오른 달밤도 기다리지 않겠다


추수가 끝나고

기러기 떼들이 그루터기논을 떠나면

멀리 뛰지도 높이 뛰어오르지도 않고

농부들의 발소리도 기다리지 않고

당신 뒤를 따라가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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