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첫눈 - 정호승

김춘화
2024-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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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첫눈을 기다린다

플라타너스 한 그루 옷을 벗고 서 있는

커피전문점 흐린 창가에 앉아

모든 기다림을 기다리지 않기로 하고

마지막 첫눈이 오기를 기다린다


첫눈은 내리지 않는다

이제 기다린다고 해서 첫눈은 내리지 않는다

내가 첫눈이 되어 내려야 한다

첫눈으로 내려야 할 가난한 사람들이

배고파 걸어가는 저 거리에

내가 첫눈이 되어 펑펑 쏟아져야 한다


오늘도 서울역에서 혼자 걸었다

돌아오는 길에 명동성당에 종소리가 들렸다

땅에는 저녁별들이 눈물이 되어 굴러다니고

내가 소유한 모든 것을 버릴 수 없어

나는 오늘도 그의 제자가 될 수 없었다


별들이 첫눈으로 내린다

가장 빛날 때가 가장 침묵할 때이던 별들이

드디어 마지막 첫눈으로 내린다

커피전문점 어두운 창가에 앉아

다시 찾아올 성자를 기다리며

첫눈으로 내리는 흰 별들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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