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봉기 - 박노해

김춘화
2024-03-30
조회수 19

아침 산책 길에서 벌침에 쏘였다

내 뺨에 침을 꽂고 날아간 벌은

잠시 후 비틀거리다 허무하게 죽어갔다 


벌은 나에게 왜 그리 한 걸까

실수로 자기 집을 밟은 적인 나를

죽이지도 쓰러뜨리지도 못하면서

일생의 단 한 방, 목숨의 침을 쏘고

왜 기꺼이 죽어가기를 각오한 걸까 


나는 점점 부어오르는 뺨의 통증을 느끼며

생각에 잠겨 산길을 내려온다 


나 또한 우리 삶을 망치는 것들에 맞서

적의 심장을 찌르는 비수가 되어

기꺼이 죽기를 각오한 날들이 있었다

단 하나뿐인 목숨을 걸고 뛰어든 나는

적들에게 겨우 벌침 한 방 정도였을까 


하지만 나는 뜨거운 통증과 함께 알게 되었다

그날 이후 내가 벌침을 두려워하고 있음을

행여 벌집을 건드리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음을

만일 그 작은 벌들이 한꺼번에 달려든다면

나도 목숨 건 그들과 함께 죽어갈 수 있음을 


봉기蜂起라는 것!

벌떼처럼 일어나 달려든다는 것

아주 작은 최후의 무기인 벌침을 품고 일어서

저 거대한 구조악의 실체를 쏘아버린다는 것 


시대가 변하고 모순이 변하고 적 또한 변해도

저들이 정말로 두려워하는 단 하나는

목숨 걸고 달려드는 작은 자들의 봉기,

무장봉기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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