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가면 장수 - 류인서

김춘화
2024-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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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의 농담에 손가락을 베였다

남국의 빨간 식탁보, 우아한 장식 의자

분홍이 그려 보낸 빳빳한 엽서를

초대로 읽은 것


분홍이 내게 준 그림은

빛의 밝은 쪽 얼굴을 그리는 화가 것이었으니

내 손가락 핏방울은 분홍이 가진 물감보다

더디 마르겠구나

나는 어둡다는 말로 얼굴을 가렸다


그에게서 사 모은 웃음이

나의 아침을 출렁이게 했다고

기억은 상한 손가락이 지우는 노랫말이 되려나


뜯어져 배달 온 소포처럼

각기 다른 맛의 액체를 담고 머뭇거리며 식는 찻잔들처럼

나는 몇 개의 현재에 붙들려 있다


창이 가리고 있는 벽들이 많아져

나는 나와 쉽게

얼굴을 나눠 쓸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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