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 노만수

김춘화
2021-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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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사람은 취해야 할 때를 안다.

그는 나를 마시지도 않고 투명할만큼

나와 함께 있다, 별빛도 꽃잎도 달빛도

아닌 그가 가끔은 스스럼 없이 다가와

홀린 듯 사랑한다는 것이

속부터 맑게 차오는 흔들림

바람이라고,

빗방울이다가 새울음이다가

건너마을 가는 길목이다가

어디선가부터는 길이 없음을

알게 해준다, 그러나 그는 맑은 만큼

누군가를 오늘도 일으켜 세우며 살아간다.

그의 무게는 보이지 않았다 견뎌야 할

제 몫의 아픔을 위해 산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가끔

맑음을 조각내 서슬처럼 울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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