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잘 되어갑니까-민왕기

김계희
2018-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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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사람들은 내게서 무언가를 본 사람들,
떠나지 않은 사람들은 무언가를 보고도 견디는 사람들이고

십일월, 단풍 든 시청 앞에서 푸르스름해진 냄새가 난다

이 말의 냄새는 가을이 왔다는 것이 아니라
가을이 가고 있다는, 회의적이고 회고적인 말의 날씨

자신을 달래기 위해 한 생을 써버린 사람들이
붉은 단풍나무 아래를 걸으며 낙엽을 줍고 있다

계절이 세상에서 무엇을 보고 견디다가 또 겨울로 접어들고

겨울이 와도 떠날 사람들은 떠날 사람들,
떠나지 않을 사람들은 떠나지 않을 사람들이니

봄이 오면 누구든 다시 한 번 새로운 생을 시작해 볼 수 있으리

그러니 떠난 사람들, 떠나왔던 사람들을 문득 거리에서 마주친다면
그래도 멋쩍게 인사를 하리, 어떤가요, 봄날은 잘 되어갑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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