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내 모든 것은 시작되었다 - 박노해

김춘화
2019-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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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흐르지 않는 것은

상대하지도 않았다


아름답지 않은 것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성스럽지 않은 것은

다가서지도 않았다


내 모든 것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사랑도 노동도 혁명도


얼마든지 아름답게 할 수 있는 것을 

아무렇게나 하는 것은 견딜 수가 없었다*

힘들어도 詩心으로 할 수 있는 것을

괴로워도 성스럽게 할 수 있는 것을

아무렇게나 하는 것은 용납할 수가 없었다 


내 모든 것은

그렇게 무너져 내렸다 


이념도 조직도 투쟁도 


그렇게 내 모든 것은 

다시 시작되었다 


긴 침묵 속에 천천히 비틀비틀



*체 게바라에게서 따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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