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문제아 - 황인숙

김춘화
2021-07-02
조회수 200


지구 돌리기.

지구를 팽이처럼

돌리기.

쉬운 일이다.

사시나무 등어리건 국민학교 철봉대건

세종문화회관 기둥뿌리건

이 낡은 지구의 굴대를 붙들고

대여섯 바퀴만 돌라.

좀 빡빡히 안돌아간다면

다시 대여섯 바퀴를.

오, 수천의 뻐꾸기가

머리 위를 날을 것이다.

야단스레 삐꺽거리며.

빌딩의 유리창과 판판대로의 백양나무는

택시, 버스, 토큰 판매소와

서 있는 사람들과 오가는 사람들은

한껏 휜 레코드판처럼

어처구니없이 출렁거리며 돌 것이다.

빙. 글. 빙. 글

휜 소리에 몸 싣고

돌아보기.


세상은 결코

결코 변치 않는다.

늙어빠진 지구.

군내나는 지구. 싫증나는 지구.

떠날 순 없다. 갈 곳도 없다.


오, 늙은 것은

우리의 눈.

세상은 결코

결코 변치 않는다.

변치 않는 건 나이를 먹지 않는다.

그녀는 싱싱하다.

아가의 눈엔 언제나.


새로 태어나기.

썩은 고기도 그의 젖니엔

능금처럼 싱그럽다.

새로 태어나기 위해


우리가 하는 짓.

별짓 하는 동안만은

세상도 살 만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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