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오 씨 - 하종오

김춘화
2021-07-06
조회수 221


하종오 씨는 남한에도 북한에도 살고 있을 것이다

남한 거주자 하종오 씨와 북한 거주자 하종오 씨가

무엇이 다르고 어디가 같은지 나는 알 수 없다 


남한 거주자 하종오 씨는 남북전쟁 후에 출생했는지

직장에 비정규직으로 다니며 불안장애 앓는지

북한 거주자 하종오 씨는 남북전쟁 전에 출생했는지

협동농장에서 삽질하며 배곯는지

개인정보를 전혀 알 수 없지만

내가 아는 건 하종오 씨들도 나를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도 하종오 씨들은 각각 남한에서도 북한에서도

하종오 씨로 살아남았다는 것이 소중하니

일 없이도 남한과 북한을 오갈 수 있게 되는 날, 

가로수 그늘 아래에서 만나 쉬며 통성명하다가

남한 거주자 하종오 씨와 북한 거주자 하종오 씨가

동명이인인 줄 알고 얼싸안으면

슬그머니 내 이름도 하종오라고 밝혀야겠다


그래야 하종오 씨들이 하, 하, 하, 웃으며

말이나 트고 지내자고 이구동성 말하면

남한 밖에나 북한 밖에나 다른 하종오 씨가

더 있는지 찾아보자는 의견을 나는 내겠다

새 붙잡아 날갯짓 시늉하는 하종오 씨든

바람 붙들며 사지 흔들거리는 하종오 씨든

구름 움켜쥐고 빗소리 듣는 하종오 씨든

하종오 씨들이 다 찾아지면 그중에서

연소자 하종오 씨를 앞에 불러내

앞으로 열심히 살라고 박수쳐주고

연장자 하종오 씨를 앞에 모셔 앉히고는

그간 사느라 고생 많았다며 큰절하겠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