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루비아 터널 - 박소진

김춘화
2022-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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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루비아 꽃을 따서 꿀을 빨아 먹는다

정적소리 가득한 아득함을 빨아 먹는다

아득해서 다다를 수 없는 길이 입안으로 들어온다 


언젠가

사루비아의 손엔 붉은 신발이 들려 있었고

기나긴 기다림과 짤은 설렘을 양쪽 주머니에 찔러 넣고

터널을 걸었다


오랜 기침과 거친 가래를 삼키며

줄기마다 상한 꿀을 저장한 빨간 꽃치마

철길 위에 서 있던 사루비아

아득한 11번가


터널을 통과하는 동안 기차는 경적을 울리지 않았다

경적을 마주하고 있는 것은

터널 속에 홀로 선 사루비아


피었던 사루비아가 다시 피었다

내가 잃어버린 것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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