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까닭도 없이- 문태준

김춘화
2022-08-03
조회수 47


돌담을 지나가고 있었다

귀뚜라미가 돌담 속에서 울고 있었다

구렁이가 살던 곳이라고 했다

돌담을 돌아도 돌담이 이어졌다

귀뚜라미가 따라오며 울었다

집으로 얼른 돌아와

목침(木枕)을 베고 누웠다

빈방에 가만히 있었다

귀뚜라미가 따라와

목침 속에서 울었다

방이 어두워지자

밤이 밤의 뜻으로 깊어지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아무 까닭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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