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펼쳐보지 않았던
오래된 책이
반갑다며 내게 안긴다.
아직도 체온을 가진 종이.
나만 나이 든 줄 알았더니
책도 늙는구나.
눈에 익은 것이 모두
잊지 않고 나이를 보인다.
책을 털고 펼치니
보이지 않던 먼지가 날린다.
무심결에 꾸미고 산다고
감추어두었던 날들이 깨어나
먼지를 날리는 내 어깨.
(그래, 무관심이 제일 힘들었지.)
만나고 헤어지는 사이에
기억의 줄은 느슨해지고
비어있는 시간의 틈새.
아무 대답도 듣지 못한 채
내가 버리고 온 말들은
오늘 밤 잠이나 깊이 들까.
마종기 시집 <천사의 탄식>문학과지성사 2020
한동안 펼쳐보지 않았던
오래된 책이
반갑다며 내게 안긴다.
아직도 체온을 가진 종이.
나만 나이 든 줄 알았더니
책도 늙는구나.
눈에 익은 것이 모두
잊지 않고 나이를 보인다.
책을 털고 펼치니
보이지 않던 먼지가 날린다.
무심결에 꾸미고 산다고
감추어두었던 날들이 깨어나
먼지를 날리는 내 어깨.
(그래, 무관심이 제일 힘들었지.)
만나고 헤어지는 사이에
기억의 줄은 느슨해지고
비어있는 시간의 틈새.
아무 대답도 듣지 못한 채
내가 버리고 온 말들은
오늘 밤 잠이나 깊이 들까.
마종기 시집 <천사의 탄식>문학과지성사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