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의 죽음 - 서동욱
마흔에 폐인이 되었으니
그리 이른 것도 늦은 것도 아니에요
밤나무의 키처럼
딱 하느님의 순리죠
뭘 준비하지는 못했습니다
서류가 많아 헷갈려 죽겠습니다
돌아가지 못합니다
기운이 없거든요
가던 길가에 눕습니다
참 변명 좋죠
'기운이 없거든요'
그러나 사실입니다
그리 늦은 것도 이른 것도 아니에요
먼지와 책, 가습기
서로 다투는 것들 때문에
아무것도 못했어요
하느님의 말 상대가 다 사라지도록
정자은행에 맡긴 정자를 찾아다
터트려 버려야지
마흔에 폐인이 되었으니
그리 이른 것도 늦은 것도 아니에요
밤나무의 키처럼
딱 하느님의 순리죠
뭘 준비하지는 못했습니다
서류가 많아 헷갈려 죽겠습니다
돌아가지 못합니다
기운이 없거든요
가던 길가에 눕습니다
기운이 없거든요
참 변명 좋죠
'기운이 없거든요'
그러나 사실입니다
그리 늦은 것도 이른 것도 아니에요
먼지와 책, 가습기
서로 다투는 것들 때문에
아무것도 못했어요
하느님의 말 상대가 다 사라지도록
정자은행에 맡긴 정자를 찾아다
터트려 버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