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어떤 감정과 장면 - 안태운

김춘화
2022-12-10
조회수 200


여러 날들에 대해

인간의 어떤 감정과 장면에 대해 떠올리면

뉘에게, 그럴수록 그 장면과 감정이 낯설어지고

그 하루

그 이틀

우연히 그게 설렘 그게 각오 그게 우연히 꺼림칙함 그게 상충 그게 스밈 우연히

뉘에게, 생활을 하다가 문득 이 환경이 낯익다는 생각이 들면

돌아오는 길에 블루베리와 양말과 순두부를 사기도 하고 그 형태와 색감을 새롭다는 듯 바라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화폐를 오랫동안 써왔군, 생각해

화폐라는 게 나타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면서 오랫동안 이어져 매개체라니 금융이라니

나도 화폐처럼 주고받으며 어느 손에 순간 닿았나 혹은 닿지 않는 형태로 어떻게든 이어졌나 하는 마음도 들고

뉘에게, 어떤 날들을 떠올릴 수 있을까

되비친다고

배어든다고

그게 놀라움 우연히 그게 결절 그게 섧음 우연히 그게 충일 그게 숙연함 우연히

훗날 생각날지도

동물원이 일터인 사람들에 대해

여러 양가감정을 느끼면서도 그곳의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감당하며 하는

맡아 기울이고 자연에 가깝게 궁리하고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고 또 남아 지내면서 다른 인간을 말리기도 하면서

야생동물은 스스로를 연민하지 않는다고도 감각하면서

그 하루

그 이틀

뉘에게, 잘 지내는지

나는 육교에서 숍에서 제방에서 공원에서 우리가 만든 공간을 지나가면서는 새삼 인간의 생활권이군, 생각해

휴일이 되어 또 다른 곳으로 가면 그 공간에 꽃이 있고 풀이 있고 잎이 있고 산책하는 동물이 있다고

어떤 동물은 인간을 피하지 않는군요 그게 낯설 때가 있는데 그들 중 어떤 동물은 직업이 있고

직업이 있는 개는 여러 인간의 생애를 마주 보며 이윽고 또 다른 인간들도 거쳐가는군요 그렇게 시간이 흐른다고

여러 날들 속에서

뉘에게, 잘 살아가고 있는지

그러니까 어느 권역을 헤매고 있을지 궁금해

어떤 감정과 장면으로 이루어져갈지

나는 여기 있어

흐르는 일부로서 성긴 그물을 던지자며 성긴 그물 속에서 포획되자며 여기

취주악과 봄바람에 대해 멀리 있는 사람이 되어 과거를 상기해보기도 하고

죽은 사람의 영상을 미래에 되감아 보기도 하면서

여기 있어

먹으면 그 동물이 된다는 인간의 발상에 순간 소스라치기도 하면서

뉘에게, 어떤 것들은 불현듯 한꺼번에 저기 지나가는 듯도 하고

나는 순간 의지를 지닌 채 실행하기도 또 물러서기도 하고

기억을 지피는 사람이 되기도 해

인간으로서 잘 살아간다는 게 무엇인지

뉘에게, 나는 안부를 물으며

여기 있어

여기 있다는 건 어떤 느낌인지, 문득 낯설어하며

주위를 둘러보았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