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진 못 - 전남진

김춘화
2024-03-19
조회수 220


정신 바짝 차리며 살라고

못이 구부러진다, 구부러지면서

못은 그만 수직의 힘을 버린다

왜 딴생각하며 살았냐고

원망하듯 못이 구부러진다

나는 어디쯤에서 구부러졌을까

살아보자고 세상에 박히다

다들 어디쯤에서 구부러졌을까

망치를 돌려 구부러진 못을 편다

여기서 그만두고 싶다고

일어서지 않으려 고개를 들지 않는 못

아니다, 아니다, 그래도 살아봐야 하지 않겠냐고

살다 보면

한 번쯤은 정신을 놓을 때도 있지 않겠냐고

겨우 일으켜 세운 못를 다시 내려친다

그래, 삶은 잘못 때린 불꽃처럼

짧구나, 너무 짧구나

가까스로 세상을 붙들고

잘못 때리면 아직도 불꽃을 토해낼 것 같은

구부러져 녹슬어가는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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