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본 지 오래인 듯 - 장석남

김춘화
202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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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꽃을 봅니다 

몇 포기 바람과 함께하는 살림 

바람과 나누는 말들에 

귀 기울여 

굳은 혀를 풀고요 

그 철늦은 흔들림에 소리나는 

아이 울음 듣고요 

우리가 스무 살이 넘도록 배우지 못한 

우리를 맞는 갖은 설움 

그런 것들에 손바닥 부비다보면요 

얘야 가자 길이 멀다 

西山이 내려와 어깨를 밉니다 

그때 우리는 당나귀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타박타박 길도 없이 

가는 곳이 길이거니 

꽃 본 지 오래인 듯 떠납니다 

가을은 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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