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달 - 김광선

김춘화
2021-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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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세 줄 날은 다가오고 통장은 비어가고 그해

손님이 없는 날은

달빛 먹은 메밀밭같이 겨울 창가 성에 너머

일찍 서두른 초승달이 얼었겠다


연료비 아끼느라 환풍기도 끄고

보일러도 끈 겨울의 통로 텅 빈 가게

건물과 건물 사이

반듯하게 제단된 하늘처럼

편지봉투가 쌓인다


여백도 없이, 반듯한 것만이

세상을 사는 이치라고

지로 용지가 쌓인다 낙엽보다도 정돈되지 않은

차곡차곡 노을이 붉다 


주방의 열기로 짐시 버티는 초승달

그랬다, 안의 열기로 내 안의 습기가 차고

밖을 내다볼 수 없었던

창문 밖 그 어둡고 차가운 길들


하여, 다시 뭐라도 해야겠지

지금 무섭게 달리는 막차의 끝도 내일이리라

새 직장 매장을 접는다는 짤막한 통보

어디에 달이 있었더라?

투박한 손바닥으로 헤집은 차창


맑게 닦인, 양옆으로 주르르

결코 눈물이 아니리라 이처럼 닦아내며

잠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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