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지으며 - 최영미

김춘화
2023-03-24
조회수 241


밥물은 대강 부어요

쌀 위에 국자가 잠길락말락

물을 붓고 버튼을 눌러요

전기밥솥의 눈금은 쳐다보지도 않아요!

밥물은 대충 부여요, 되든 질든


되는대로

대강, 대충 살아왔어요

대충 사는 것도 힘들었어요

전쟁만큼 힘들었어요


목숨을 걸고 뭘 하진 않았어요

(왜 그래야지요?)

서른다섯이 지나

제 계산이 맞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