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꽃 냄새 - 곽재구

김춘화
2024-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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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강마을

저물녘 꽃 냄새 물큰하여라

어릴 적 우리 동네 물가에서도

같은 냄새가 났지

동무들 모여 꽃 내음 속에서 말뚝박기하는데

봉숭아빛 불 켜진 조선족 민가에서

엄마 목소리 들리네

웬수야 저녁 먹어라

아들은 강변 갈숲에 앉아

BTS 듣느라 정신없는데

유람선 타고 마실하는 남녘 사람들

비닐봉지에 쪼코파이랑 치약이랑 USB 넣어

강 건너 북녘땅으로 던진다네

개망나니 아베와 시진핑과 트럼프가 함께 악머구리 춤추며

8천만 한반도 들들 볶는데

강변 국경 마을은 저녁 이슬 내려

알전구 불빛들 촉촉하고

물큰한 꽃향기 속 다급한 엄마 목소리 들리네

웬수야 저녁 먹어라

내 웬수야 저녁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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