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니 발을 보다 - 고형렬

김춘화
2024-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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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니들의 기다란 가느다란 발이 논둑을 넘어간다

넘어가면서 마른

풀 하나 건드리지 않는다


나는 그 발목들만 보다가 그 상부가 문득 궁금했다 과연 나는

그 가느다란 기다란 고니들의 발 위쪽을 상상할 수 있을까


얼마나 기품 있는 모습이 그 위에 있다는 것을


고니 한 식구들이 눈발 위에서 걸어가다가 문득 멈추어 섰다

고니들의 길고 가느다란 발은 정말 까맣고

윤기나는 나뭇가지 같다

(그들의 다리가 들어올려질 때는 작은 발가락들이 일제히 오르라졌다

다시 내디딜 땐 그 세 발가락이 활짝 펴졌다)

아 아무것도 들어올리지 않는!


반짝이는

그 사이로 눈발이 영화처럼 날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마치 내게는 그들의 집은 저 눈 내리는 하늘 속인 것 같았다

끝없이 눈들이 붐비는 하늘 속


고니들은 눈송이도 건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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