몫 - 안희연

김춘화
2022-02-27
조회수 219


앞니가 부러지는 꿈을 꿨어

이가 상하는 꿈은 백이면 백 흉몽이라던데


이제는 호들갑 떨지 않는다

몫이었겠지,생각한다


몫이라는 말을 처음부터 사랑했던 것은 아니야

악어처럼 나를 물고 한참을 놓아주지 않았지

모든 걸 원점으로 되돌리는 말이잖아

다른 방도는 없다는 듯이

어디 한 번 달아나보라는 듯이


이런 장면이 겹쳐지기도 했어

죽은 토끼를 가운데 두고 맹렬히 싸우는 두 사람

묻자고 말하는 쪽과 묻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쪽

각자의 몫이 있었을 거야

토끼는 그저


유독 피곤했던 것일 수도

그날따라 잠이 미로처럼 깊어 약속 시간에 조금 늦은 것이었을지도


어떻게 다 알 수 있겠어

피에로의 고깔모자가 감추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물총새의 속눈썹이 견딜 수 있는 무게는 얼마인지

죽음이 드나드는 문은 어디에 있는지


몫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덜 미워하게 될는지도


이제는 조바심 내지 않는다

기차는 길고 길다는 건

기차의 몫이 그러하므로 어떻게든 계속 가야 한다는 뜻


영원히 잠든 토끼의 영원히 찾지 못할 영혼을 생각하면

몫이라는 말 결코 다정하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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