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 문태준

김춘화
202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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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나오세요

당신의 붉은 피를 뽑지 마세요

기침은 곧 멎을 거예요

안색은 햇살처럼 화사해질 거예요

매일 아침 꽃바구니를 보낼게요

고음(高音)으로 핀 튤립과 장미를 보낼게요

꽃들이 당신을 돌볼 거예요

할머니는 그만 잊으세요

복수가 차 부푼 할머니의 배를

손으로 쓸어 어루만져주고 계셨지요

물이 연못을 살살 돌보듯이

그 할머니는 카나리아가 되었을 거예요

아름다운 정원에 살고 있을 거예요

어머니, 이제 병실에서 나오세요

당신의 맥박을 재지 마세요

열은 곧 떨어질 거예요

침대 위 창백한 시트를 걷어버리세요

몇 알 남은 귤을 놓아두고 작별 인사를 나누세요

그릇과 수저처럼 닳은 어머니

나의 밤에 초승달 같은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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